[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성폭력근절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세종시의회가 상병헌 의원의 제명안을 사직허가안으로 대체 처리한 것에 대해 “성비위 가해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3년을 끌어온 성비위 사건에 대한 제명 대신 사직을 처리한 세종시의회 여야 모든의원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거제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종시성폭력근절비상대책위원회가 규탄을 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성비위 사건에 대한 사과와 징계를 3년이나 지체하다가, 사직서는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의회의 윤리 체계 붕괴와 시민 신뢰 상실을 경고했다.
■ 사건 발생과 의회의 지연된 대응
상 의원은 2022년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시민사회와 피해자 측은 줄곧 엄정한 징계와 책임을 요구했지만, 세종시의회는 명확한 대응을 미루며 3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 윤리특별위원회 역시 초기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지난 9월 4일이 되어서야 제명안을 의결했다. 시민사회는 이를 “시간끌기 결과”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 제명 의결 나흘 만에 뒤집힌 본회의
그러나 제명 의결 나흘 만인 9월 8일, 상황은 급변했다. 상 의원이 본회의 직전에 사임계를 제출하자, 여야 의원들은 긴급 회의를 열어 “의장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의견을 모았다. 결국 의장은 직권으로 사직 허가안을 표결에 부쳤고, 제적 19명 중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반대표 2명은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기권은 회의를 주재한 의장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제명 대신 자진사퇴에 동의한 셈이다.
이 과정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여야가 사전에 사실상 ‘합의 정치’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비위라는 중대한 사안조차 정치적 유불리와 동료 감싸기 속에 봉합됐다는 지적이다.
■ 제명과 자진사퇴,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제명은 의회의 최고 수준의 징계로, 성비위 사실과 책임이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는다. 반면 자진사퇴는 ‘스스로 물러났다’는 형식만 남아 징계 기록은 전혀 남지 않는다. 이번 사직 처리로 상 의원은 성비위 징계 기록 없는 의원직 상실이라는 특혜를 얻게 됐으며, 이는 피해자와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엄정한 책임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위원회는 “이는 곧 ‘성비위에도 출구가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세종시민사회와 피해자 보호 정책에 미칠 영향
이번 결정은 세종시의회의 윤리성과 공적 책무에 치명타를 입혔다. 시민사회는 “3년 동안 시간을 끌며 징계는 미루더니, 사직서는 단 몇 시간 만에 처리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는 세종시가 추진해온 성평등 정책과 젠더 기반 폭력 근절 정책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피해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성폭력 무관용 원칙’의 실효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
이번 사건은 내년 지방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의 성비위 사건을 제명 대신 자진사퇴로 마무리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여성·청년층의 신뢰 이탈이 우려된다. 국민의힘 역시 본회의 표결에서 사실상 동조한 만큼 ‘방관자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여야 모두 도덕성 검증과 윤리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으며, 시민사회는 선거 국면에서 “성비위 무관용”을 핵심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세종은 젊은 세대와 전문직 비중이 높은 도시로, 도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유권자가 많다. 성비위 사건을 정치적 합의로 봉합한 이번 결정은 세종시민들의 정치 불신을 키우며,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책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윤리적이고 투명한 지방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가”**가 선거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세종시성폭력근절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
세종시성폭력근절대책위원회는 세종시의회와 민주당 세종시당에 △성비위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 발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공개 △윤리특위 결정 무력화 경위 설명 △성비위 사건 처리 절차 강화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든든성문화인권센터, (사)세종YWCA, 세종YWCA성인권상담센터, 세종여성살림터복숭아공동체, (사)세종여성, 세종여성회, 여성긴급전화1366 세종센터, 움직임사회적협동조합, 종촌종합복지센터 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위원회는 “세종시의회가 피해자와 시민사회 요구를 외면하고 성비위 사건을 사적으로 무마한 것은 스스로 윤리적 권위를 무너뜨린 행위”라며 “공사(公私) 구분 없는 의회는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