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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로 갈등 확산…전문가 “정책 실패”, 김종민 “수도권 집중이 원인” - “첨단산업 투자 90% 수도권…전력망·입지 설계부터 잘못” - 세종시민도 집회 참여…“지역 민원 아닌 국가 과제”
  • 기사등록 2026-01-09 0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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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종민 의원과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 첨단산업 정책이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으며, 집회에는 세종시민들도 대거 참여해 송전선로 문제가 국가적 의제임을 부각시켰다.


8일 열린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 집회. [사진-의원실]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논란이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국가 산업·에너지 정책 전반을 되묻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김종민 의원(세종시갑)은 8일 열린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백지화 대책위 집회에서 “국가 1년 치 예산과 맞먹는 첨단산업 투자 620조원 중 90%인 560조를 수도권에 또 편중시키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은 잘못된 길로 간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세종시 장군면과 연동면 주민대책위뿐 아니라 세종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도 참여해, 송전선로 문제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뜻을 함께했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투자 구조의 왜곡에서 출발한다. 그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정부가 첨단산업을 키운다면서 사실상 수도권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년 7월 첨단산업위는 ‘첨단산업 및 신규 소부장 특화단지’에 투입될 620조원 가운데 562조원을 용인‧평택 반도체특화단지에 배정했고, 2024년 6월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에서도 총 36조원 중 25조7천억원이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메가클러스터로 향했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체 투자 657조원 중 수도권 투자액은 589조원으로 89.6%에 달하며, 반도체 투자만 놓고 보면 568.4조원 중 562조원, 98.8%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집중됐다.


김 의원은 이런 구조가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동시에 국가 경쟁력에도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적 투자금액의 90%가 수도권에 쏠리면 지역은 일자리도, 인구도, 미래도 잃는다”며 “이대로 가면 영호남은 유령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발전은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지방 공동화가 심화될 경우 수도권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전선로 논쟁에 대한 김 의원의 시각은 분명하다. 그는 “송전선로는 우리 동네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산업 입지 정책과 전력망 정책이 따로 설계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전력 다소비 산업을 집중시키고, 전력은 전국에서 끌어오는 구조를 만든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력은 국토를 가로질러 보내고, 산업은 수도권에만 모으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송전선로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 앞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반대 집회.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청  앞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반대 집회. [사진-대전인터넷신문]

 국회 대전‧세종‧충남 송전선로 반대 집회. [사진-대전인터넷신문]

반도체 입지를 둘러싼 ‘인재 부족’ 논리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이 인재가 없어서 지역으로 못 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뒤 “전 세계 1등 기업인 대만 TSMC는 반도체 공장을 다섯 군데로 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TSMC가 지진 등 자연재해, 산업안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생산 거점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도 경쟁력 강화를 원한다면 집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런 문제의식을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는 2024년과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속도만이 아니라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서 나온다”며 “수도권 초집중 구조는 재난과 정전에 취약한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분산 전략은 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산업안보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송전선로 문제와 수출 경쟁력의 연관성도 김 의원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RE100 이행과 수출에 장애물이 생길 수 있다”며 “전력망 갈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탄소중립 공급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반도체·에너지 산업 전략과 국가 균형 발전,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송전선로와 산업 입지 정책을 반드시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를 뒷받침하는 전문가 진단도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출신 한 전문가는 “전력 다소비 산업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면 대규모 송전망 확충은 필연”이라며 “입지를 먼저 정하고 전력은 나중에 해결하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지역에 떠넘기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산업정책 전문가 역시 “수도권 집중의 경제적 편익은 수치로 계산했지만, 송전선로 갈등과 환경 훼손, 지역 반발 같은 사회적 비용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속도와 집적효과’만을 앞세운 결정을 꼽는다. 수도권에 이미 인력과 연구기관, 협력업체가 몰려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집중시켰지만, 그에 따른 전력·환경·지역수용성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산업 입지와 전력망을 동시에 설계하지 못한 것이 이번 송전선로 논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첨단산업 투자 배분 기준에 ‘전력망 부담도’와 ‘균형발전 기여도’를 핵심 지표로 포함해 수도권 쏠림을 제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전의 송전선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인근 발전 설비 확충, 전력 저장 시스템, 스마트그리드 확대를 통해 ‘수요 분산형 전력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셋째, 반도체 산업을 권역별로 분산 배치하는 ‘권역형 반도체 클러스터’ 전략을 도입해 태양광 잠재력이 큰 호남, 풍력과 해양에너지 기반이 있는 영남을 새로운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집회에 세종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것은 송전선로 문제가 더 이상 일부 마을의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묻는 사회적 쟁점으로 커졌음을 보여준다. 김종민 의원의 문제 제기와 전문가들의 진단이 교차하는 지점은 하나다. 반도체와 첨단산업을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전력은 국토를 가로질러 공급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송전선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논쟁을 계기로 산업입지와 전력정책을 함께 재설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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