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국회와 대통령실을 넘어 대법원 등 국가 중추기능까지 세종에 집적하려면 특별법 제정과 함께 현행 개별법과의 정합성 확보라는 ‘법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과 함께 국회·대법원·중앙행정기관 등 국가 중추기능 이전을 둘러싼 관련 법체계의 정합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회에는 강준현 의원안 등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안 5건이 계류돼 있으며, 현행 국회법은 국회세종의사당을 ‘분원’으로, 법원조직법은 대법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은 행정수도 완성을 둘러싼 주요 법률 쟁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현재 국회에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행정수도 건립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비롯해 황운하·김종민·김태년 의원안과 엄태영 국민의힘·복기왕 민주당 의원 공동대표발의안 등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안 5건이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지난 4월 22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함께 상정돼 축조심사를 거쳤다. 특별법 제정의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국가기관의 이전 범위와 추진체계, 기존 행복도시법과의 관계 등 세부 내용을 하나의 법체계로 조정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세종을 지역구로 둔 강준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행정수도 이전의 범위와 추진체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강 의원 등 50명이 2025년 6월 24일 발의한 의안번호 2211055호 법안은 국회와 대통령 및 그 소속기관, 서울과 수도권에 남은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해 행정수도의 기틀을 완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안은 ‘행정수도’와 ‘예정지역’, ‘주변지역’, ‘이전 대상기관’ 등을 정의하고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 그 밖의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기본 틀로 제시했다.
특히 행정수도건립위원회가 주요 국가기관 이전계획을 수립해 대통령 승인을 받도록 하고, 우주항공청과 새만금개발청을 제외한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을 이전 대상 주요 국가기관에 포함하도록 했다.
대통령집무실과 그 소속기관을 행정수도로 이전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국회와 관련해서는 국회의사당과 국회 소속기관의 업무처리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포함한 ‘국민주권지역’을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통령 소속 행정수도건립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장관 소속 행정수도건립청을 설치하고 행정수도건립 특별회계를 마련하는 등 기관 이전 이후 실제 행정수도 건립을 추진할 조직과 재정 체계까지 제시했다.
강 의원안은 지난해 8월 2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고, 올해 4월 22일 소위에서 축조심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만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둘러싼 모든 법률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다른 법률과의 관계 및 특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행 법체계를 기준으로 보면 국회와 대법원, 서울 잔류 중앙행정기관 등에 각각 별도의 법률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대표적이다. 현행 국회법 제22조의5는 세종특별자치시에 두는 국회세종의사당을 ‘국회 분원(分院)’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국회세종의사당 건립과 국회 본원 자체의 완전 이전은 법률적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특별법에서 국회의사당 이전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할지와 현행 국회법의 ‘분원’ 규정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중요한 입법 쟁점이 될 수 있다.
대법원 이전에는 보다 명확한 현행법 규정이 존재한다. 법원조직법 제12조는 “대법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본원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입법을 추진할 경우 특별법과 법원조직법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등의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행 행복도시법 제1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앙행정기관 등의 행복도시 이전계획을 수립해 대통령 승인을 받도록 하면서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성평등가족부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강준현 의원안은 우주항공청과 새만금개발청을 제외한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을 이전 대상 주요 국가기관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어 현행 행복도시법보다 이전 범위를 크게 넓히는 구조다. 향후 병합심사 과정에서 서울 잔류 부처의 이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나머지 특별법안들도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을 목표로 하지만 세부 설계에는 차이가 있다. 황운하 의원안은 국회와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 및 그 소속기관과 서울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고 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와 건설청, 특별회계 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종민 의원안은 세종특별시에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진 행정수도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고 주요 헌법기관·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뒀다.
김태년 의원안은 국가의 정치·행정·입법 등 중추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현행 행복도시법을 폐지하면서 새로운 행정수도 법체계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담았다.
엄태영·복기왕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법안 역시 국회와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 및 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건설청·특별회계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했다는 점에서 여야 입법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들 5개 법안이 지난 4월 국토위 소위의 축조심사 대상에 오른 만큼 향후에는 각 법안의 공통분모와 차이를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행정수도 완성의 또 다른 법적 변수는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헌재는 2004년 10월 21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을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하고 전제된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으로 판단하고, 헌법개정 절차 없이 법률로 이를 변경한 것은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04년 결정을 근거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안의 위헌 여부를 미리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시 헌재가 심판한 법률과 현재 발의된 법안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전 범위가 동일하지 않은 만큼 실제 헌법적 판단은 제정되는 법률의 내용 등을 토대로 이뤄질 사안이다.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기관 이전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2차 이전 과정에서 어떤 기관을 세종에 배치할 것인지도 행정수도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별도의 정책 과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공공기관 이전은 국회나 대법원과 같은 헌법기관의 소재지 문제와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관별 설립법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조상호 세종시장도 행정수도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조 시장은 지난 14일 국회를 찾아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대통령세종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 관련 사업비의 2027년도 예산 반영과 행정수도 특별법의 정기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조 시장은 당시 “이번 정기국회가 행정수도로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최적기”라며 민주당 차원의 당론 채택과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세종시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차원의 특별법 처리 촉구 공동결의문 채택도 제안한 상태다.
결국 9월 정기국회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면 단순히 ‘세종=행정수도’라는 선언을 법률에 담는 것을 넘어 어떤 국가기관을 어디까지 이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강준현 의원안처럼 대통령집무실과 국회의사당,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큰 틀에 담을 경우 현행 국회법의 ‘분원’ 규정과 행복도시법의 이전 제외 부처 규정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하다. 여기에 대법원까지 행정수도 기능에 포함시키려면 법원조직법의 서울 소재 규정과의 정합성도 풀어야 한다.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결국 특별법 한 건의 통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특별법을 중심으로 국회법·법원조직법·행복도시법 등 기존 법체계를 정비하고 2004년 헌재 결정에서 제시된 헌법적 쟁점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복합적인 입법 과제다. 9월 정기국회가 세종의 행정수도 법적 지위를 넘어 국가 중추기능의 실질적 이전까지 연결하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