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세종지역 농지를 포함한 정부의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현장 심층조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고령·질병·상속과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사안은 투기와 구분해 정상화 기회를 주기로 하면서 ‘전수조사에 적발되면 농지를 무조건 처분해야 한다’는 일부 우려에 선을 그었다.
세종지역 농지를 대상으로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농지의 실제 경작 여부와 불법 임대차·전용·무단 휴경 여부 등을 확인하는 현장조사를 형상화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세종지역 농지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방정부와 함께 지난 5월 1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전국 농지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히 농식품부는 지난 7월 30일 ‘농지 전수조사 진행상황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지역별 조사상황을 묻는 질문에 세종을 직접 언급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당시 “지역별로 보면 가장 위반이 많이 의심되는 지역은 세종시로 확인이 되었다”며 제주와 강원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세종의 농지법 위반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거나 ‘세종의 농지 투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농식품부는 당시 세종의 구체적인 조사대상 면적과 위반 의심 농지 면적·필지 수·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현재 확인된 것은 행정정보 등을 통해 추가적인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류된 ‘위반 의심’ 단계로, 실제 농지법 위반 여부는 심층조사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전국 농지 약 136만㏊를 대상으로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확인하고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는 동시에 실제 농촌 현실에 맞도록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하는 ‘기본조사’와 조사원이 현장을 확인하는 ‘심층조사’로 나뉜다.
농식품부와 지방정부는 지난 5월 18일부터 기본조사를 실시해 7월 29일까지 전체 조사대상 면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를 조사했다. 전국에서 공무원 5,313명과 민간조사원 2,964명이 참여했다. 기본조사에서는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 행정정보 등을 활용해 농지 소유 제한 위반 가능성과 실제 경작 여부, 불법 임대차·불법 전용·무단 휴경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농지 소유 제한 위반이나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무단 휴경 등이 의심되는 농지는 전체 조사대상의 약 27%로 파악됐다. 불법 임대차 의심 비중이 21.1%,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 등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해당할 수 있어 이를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전국 농지의 27%가 불법으로 확인됐거나 투기 농지로 적발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행정자료 등을 분석한 기본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도 당시 브리핑에서 기본조사의 ‘위반 의심’ 농지 전체를 실제 농지법 위반으로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8월부터 조사원의 현장 확인을 중심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당정협의 후에도 기본조사는 마쳤지만 심층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농촌에서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팔아야 한다”, “부모에게 상속받은 농지도 처분해야 한다”, “고령으로 다른 사람에게 농사를 맡기면 불법으로 적발된다”는 등의 우려도 제기됐지만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후속대책과 22일 추가 설명자료를 보면 이 같은 우려와 실제 적용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농식품부는 고령·질병·상속 등 농촌의 사정을 투기와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령이나 질병 때문에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졌거나 상속받은 농지는 현행 농지법에서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다른 사람과 임대차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령이거나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농지가 전수조사 후 곧바로 처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명백한 투기 사례가 아니라면 우선 스스로 위반 상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간을 주고, 소유자가 원하면 농지은행에 임대하거나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농촌에서 오랫동안 이뤄져 온 관행적인 임대차도 일률적으로 투기와 동일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농업인끼리 필요에 따라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여러 농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한다는 방침인 반면 정부가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농지는 성격이 다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사례, 농업법인을 만들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사례,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만 공동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가 제한되는 야영장·야적장 등 비농업용 시설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금지된 시설로 농지를 불법 전용한 경우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일부 불법 전용농지에는 정상화 기회도 마련된다. 당정은 농촌 현실에서 장기간 발생해 온 불법 전용 가운데 일정한 요건을 갖춘 농지를 정상화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투기성 농지나 중대한 불법 전용까지 모두 합법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22일 농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전수조사가 농업인을 적발하고 처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농지관리와 제도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투기나 중대한 불법 전용 외에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처분 대상이 아니며 특별조치법을 통해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세종지역 농지 소유자와 임차농은 우선 전수조사를 이유로 농지를 성급하게 매각하기보다 자신의 농지가 어떤 경위로 취득됐고 현재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면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실제 경작상태가 서로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 경작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영농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점검해 두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 농사를 맡기고 있다면 자신의 농지가 현행 농지법에서 임대를 허용하는 고령·질병·상속 등의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랫동안 구두로 농지를 빌려주거나 빌려 경작해 왔다면 실제 임대차 관계와 농지대장 내용이 일치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법한 개인 간 임대가 가능한 경우에는 서면계약 등 필요한 절차를 갖추는 것이 향후 분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고 개인 간 임대가 가능한지 불분명하다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위탁 또는 관리위탁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역시 자진 정비가 어려운 농지는 유형에 따라 농지은행 위탁을 중심으로 정상화 경로를 마련할 계획이다.
고령 농업인의 경우에는 농지은행 임대위탁뿐 아니라 공공 매입, 농지연금, 농지이양 은퇴직불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제도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불법 전용이 의심되는 농지는 임의로 시설을 철거하거나 향후 양성화 대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관할 행정기관을 통해 해당 농지의 전용 허가·신고 여부와 원상회복 대상 여부 등을 확인하고 향후 특별조치법의 적용 대상과 요건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농식품부가 기본조사 과정에서 세종을 ‘위반이 가장 많이 의심되는 지역’으로 언급한 만큼 향후 현장 심층조사 결과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고 세종의 구체적인 위반 의심 면적과 비율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를 실제 위반율이나 투기 정도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세종지역 농지 소유자와 임차농에게 필요한 대응은 ‘전수조사에 걸리면 농지를 빼앗긴다’는 식의 막연한 불안이나 성급한 매각이 아니다. 농지의 취득 경위와 실제 이용상태, 임대차 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법한 임대차 전환과 농지대장 정비, 농지은행 위탁 등 제도권 안에서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심층조사를 통해 세종지역의 실제 농지법 위반 규모와 유형이 어느 정도로 확인되는지, 정부가 투기성 위반과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가 이번 전수조사의 실효성을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