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가 8일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을 환영하면서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핵심기능의 실질적 이전, 구체적인 이전 일정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가 8일 공동입장을 내고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공공기관 본원뿐 아니라 핵심기능의 실질적인 지방이전을 촉구했다. 사진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능의 지역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AI 제작]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공동입장을 내고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 ▲기존 혁신도시 중심 집적 배치 ▲지역 대학·산업 연계 ▲자족적 정주기반 확충 ▲속도감 있는 이전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4분기 최종 이전계획을 확정한 뒤 2027년부터 선도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시민사회는 이 같은 추진방향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원칙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최종계획에서 이전 대상과 수도권 잔류 기준, 이전 기능과 단계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의 엄격한 적용이다. 중앙부처 접근성이나 직원들의 이전 부담 등이 폭넓은 잔류 사유로 인정될 경우 정부가 내세운 원칙이 사실상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수도권에 반드시 남아야 할 국가적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이전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정부가 각 기관의 잔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잔류가 필요한 기관에는 그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 대상기관의 선정과 배치 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지역별 기관 수를 맞추거나 정치적 요구를 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생산성과 산업경쟁력, 지역산업과의 기능적 연계,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 가능성 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동입장에서는 공공기관 본원뿐 아니라 핵심기능까지 실질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비중 있게 제시됐다.
이들은 본원 주소만 지방으로 옮기고 전략기획·예산·인사·연구개발·조달·데이터·사업관리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수도권에 상당 부분 남는다면 2차 이전의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관별 이전계획에 조직과 이전 인원뿐 아니라 핵심 의사결정 기능 가운데 어떤 기능을 지방으로 옮기고 어떤 기능을 수도권에 남길 것인지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잔류부서에는 필요성과 잔류기간을 제시하고 이전 이후 수도권 기능이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갖출 것도 주문했다.
검토 범위를 자회사와 출자회사 등 관계법인과 사업조직까지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다만 관계법인을 일률적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실질적 지배력과 사업기능, 고용, 본원과의 기능적 연계, 입지 이동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동반이전 여부를 판단하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집적 배치’ 역시 여러 기관의 청사를 한 지역에 모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이 가진 구매력과 연구개발비, 데이터, 금융, 시험·인증, 실증 및 기업지원 기능을 지역기업과 대학·연구기관에 연결해 실질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과평가 방식도 기관 수와 이전 인원, 청사 건립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 지역기업의 기술 수준과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청년들이 지역에서 취업·이직·창업하며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됐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7년 선도이전에 이어지는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됐다. 올해 4분기 최종계획에서 선도이전 기관 선정기준과 추진일정, 후속 기관의 단계별 이전계획, 임시청사 활용기간과 본청사 이전시점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전기관 종사자와 가족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대책도 요구했다. 정부가 제시한 이주·정착 지원과 함께 교육·의료·주택·교통·돌봄, 배우자 일자리와 문화환경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주지원 정책을 이전계획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150개 기관과 약 5만 명의 종사자가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공공기능과 일자리가 분산되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업과 고용이 증가했지만, 수도권 집중 추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정부의 평가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공 여부는 몇 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동했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지역기업 성장과 대학·연구기관 역량 강화, 민간기업과 인재 유입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가의 생산·혁신 기능이 여러 지역 성장거점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더 이상 미루거나 흔들리지 말고, 올해 4분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확정 발표를 통해 지방을 살려 대한민국을 더 강하게 만드는 국가 생존전략을 완성해 나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입장은 특정 지역에 대한 개별 기관 배정보다 수도권 잔류 기준과 핵심기능 이전, 관계법인 검토, 산업·대학 연계, 단계별 이전 일정과 정주대책 등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실행기준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올해 4분기 확정할 최종계획에 이 같은 비수도권 시민사회의 요구가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가 향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